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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 칼 세이건 지음, 이상헌 옮김(김영사, 2002)

텍스트의 즐거움

by solutus 2011. 9. 16.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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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사이비 과학을 비판하는 주된 이유는 그것이 비판 가능하지 않다는 것에 있다. 그러나 과학은 비판과 반증을 얼마든지 수용한다. 과학은 관찰을 토대로 하지만 사이비 과학은 그렇지 않다. 물론 과학도 오류를 범한다. 어떤 주장을 할 때도 자신에게 유리한 데이터만을 수집코자하는 유혹에 빠지기도 한다. 만일 칼 세이건이 과학의 이런 오류를 지적하지 않았다면 그의 글은 높은 평가를 받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과학의 단점도 지적하고 있다.


그는 달 속의 인간이나 토끼모습, 화성의 운하 등을 단지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고 상상하고 주장했던 일화들에 비추어 사람들이 쉽게 오류를 범해왔음을 지적한다. 그는 사물에서 발견하는 종교적 현상들, 우주인에 관한 해석 등도 마찬가지 오류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을 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그렇게 쉽게 과학적이지 않은 단순한 믿음에 빠져들까? (이것에 관한 대답이 내가 가장 관심있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이유는 단조로운 일상생활을 벗어나서 무언가 충격적인 것을 경험해보기를 몹시 원하고, 우리의 어린 시절을 기억나게 하는 놀람의 감정을 다시 불러오고 싶어하며 또한 몇 가지 이야기에 대해서는 정말로 그리고 진심으로 믿을 수 있기를, 우리보다 더 나이가 많고 더 영리하며 더 현명한 어떤 존재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음을 믿을 수 있기를 몹시 바라는 사람들이 우리 가운데 많기 때문이다." (76쪽)


이러한 답으로 충분할까? 왜 사람들은 그렇게 쉽게 (심지어 과학자들마저도) 사이비 과학에 빠져드는 것일까? 그것은 아직까지 과학이 해결하지 못한 것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생명이란 무엇인가? 꿈이란 무엇인가? 어디서 발생되고 왜 생겨나는가? 우주란 무엇인가? 우주는 왜 그렇게 크고 광활한가? 과학은 지금까지 많은 것을 해결해왔지만 아직 해결하지 못한 것에 비하면 그 수준은 티끌과도 같다. 입증 가능한 것보다 입증 불가능한 것이 너무나 많다. 감기, 불면증부터 시작하여 암, 에이즈 등에 대한 수많은 과학적 의견들--특히 귀납법에 근거한--이 하루 아침에 뒤바뀌는 걸 보면 진정 '과학적' 사실이 존재하는 것인지 의심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사이비 과학이라 불리는 그 입증 불가능한 것들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과학적 설명보다 '인간친화적인 묘사'를 하고, 따라서 사람들에게 보다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그의 책에는 그런 부분의 설명이 다소 부족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그의 책은 어떻단 말인가? 완벽하지 않다는 얘기인가? 물론 그런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이 책에 나오는 회의주의 교설은 '지도자나 대가들에게 너무 많은 요구를 하지 말라'(96쪽)는 것이고, 나도 그에 따라 이 책의 저자인 칼 세이건에게 너무 많은 요구를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이유에도 불구하고 그의 책은 충분히 훌륭하며 길이 남을 가치가 있다. 현실에는 과학의 대중화만으로는 풀 수 없는 과학적 문제를이 있지만, 유령 퇴치를 위한 칼 세이건의 노력은 사이비 과학에 근거한 수많은 헛된 희생을 없앨 수 있는 시초가 되었다. 비판적 사고를 통해 정답을 얻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런 노력을 헛되이 여겨서는 안 된다. 아마 그는 그것을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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