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좁은 지하철 안, 차에 올라탄 한 사람은 운좋게 빈 자리를 하나 찾을 수 있었다. 자리가 좁았던 탓에, 그가 의자에 자리를 잡자 그 옆자리에 있던 여자의 팔 부분이 약간 눌리게 되었다. 사실 그건 전적으로 그의 잘못이 아니었다. 편안하게 책을 읽고자 했던 그녀는 두 팔과 등을 의자에 완전히 기대고 있었고, 그 때문에 그녀의 양 팔꿈치는 자신의 자리를 넘어 옆 자리를 다소 침범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불쾌한 듯 약간 과장된 몸짓으로 자신의 팔을 재빠르게 잡아뺐다. '탁' 하는 마찰음이 마침 우두커니 서 있던 소음들 사이를 날카롭게 빠져나가는 걸 난 빤히 지켜보고 있었다.
만일 그녀가 실용서를 읽고 있었더라면 나는 그 장면에서 아무런 느낌도 받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 소리가 채 사라지기도 전에, 장그르니에의 '섬'을 온화한 표정으로 다시 읽어나갔다
문학적인, 때로는 도덕적인 무언가를 읽거나 쓰거나 보는 것---그런 행위들은 아무 것도 아니다. 그들은 단지 계기를 가졌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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