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하다는 표현은 언제 들어도 거북스럽다. (난 아직도 그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의 놀라움과 뜨악함을 잊지 못한다.) 단어란 그 본래 의미와 함께 그 단어 자체에 어떤 이미지를 담고 있는데, 진중함이라는 단어는 언제나 내게 "지나치게 진지한" 표현이라는 느낌을 주었다. 그래서 난 그 표현이 부끄러웠다. 10살 소녀가 동년배 자기 남자친구에게 '그는 진중해'라고 말하는 것처럼 어색하게 들렸다. 나처럼 인간의 성숙을 좀처럼 믿지 않는 사람에겐 그 표현을 스무 살이 하든 서른 살이 하든 어색하긴 마찬가지였다. 지나치게 진지한 사람은 대개 진실하지 못한 법이었고, 그래서 난 그런 단어를 듣게 될 때마다 그 사람들이 얼마나 진중하지 않은지를 생각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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