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가 엿보이는 글들이 있다. 약간 바랜 사진, 낭만적인 시, 쓸쓸한 그림들, 외로움에 관한 연극들. 많은 순정 영화들이 그 노골성으로 인해 반감을 일으키는 것처럼 그들의 글 역시 그런 노골적인 배치로 거부감을 일으킨다. 얼핏 보면 아름다운 것 같지만, 과장된 것들은 그 실체가 곧 드러나기 마련이었다. 아르누보가 과장된 아름다움을 추구했던 것처럼 그들은 과장된 감수성을 추구했다. 난 그런 배치를 견딜 수가 없었다. '1987년'을 '천구백팔십칠년'이라고 적거나 저녁에 찍은 가로등 사진 아래에 '인생이란'이라든지 '외로움'이란 단어를 써 놓은 글들을 보면 반동감이 치밀어 올랐다. 그들은 시골길과 노인들의 얼굴을 사진으로 찍어 올린 뒤 인생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감상적으로 이야기하지만 정작 자신의 집과 자신들의 얼굴은 철저하게 숨긴다. 얼핏보면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결국엔 타인에 대한 이야기였고, 남들에게 그렇게 보여졌으면 하는 자신의 모습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미지, 그들은 몸 속에 스티로폼을 숨긴 채 자신의 이미지를 전시하는 액자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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