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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여인들 1

우아하고 감상적인 산책로/시

by solutus 2011. 3. 29.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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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타고 오랫동안 남쪽으로 달린 여인들은 드디어 바닷가에 도착하게 됩니다. 그곳에는 바닷가를 바라볼 수 있는, 벽과 지붕에 하얗게 석회를 바른 집들이 있습니다. 작은 정원이 있고 갈매기 우는 소리가 들리며 조용하며 아늑한 공간들로 이루어진 각자의 집으로 여인들은 들어갑니다. 그 집들은 여인들이 어렸을 때부터 꿈꾸던 집과 비슷했습니다. 그녀가 어렸을 적 미술관에서 '창문에서 바라본 바닷가 풍경'을 보았을 때부터, 그런 마을에 살던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그린 동화책을 읽었을 때부터 동경해오던, 그런 상상 속에 등장하던 집이었습니다. 그녀는 오래되었지만 고풍스러움이 남아있는 탁자를 손으로 살며시 쓸며 방으로 움직입니다. 모든 것이 그녀가 꿈에 그리던 그것과 동일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가 달랐습니다. 방에 있던 거울을 보는 순간, 그녀는 자신이 노인이 되었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리고 하필 그때, 자신이 한 사람과 다른 한 사람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이 사라져버린 그리운 한 사내가 있었다는 까마득한 추억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녀는 집 밖으로 나옵니다. 공터에 노인들이 모여 앉아 있었습니다. 이 바닷가에 도착하기 위해 넓고 넓은 황무지를 오랫동안 같이 달려온 그들은 비슷한 그리움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광장에 앉아서 수십 년 전의 자신들과 같이 행동하는 젊은 여인들을 구경합니다. 그렇게, 세대를 거쳐 같은 그리움이 반복됩니다. 이상하다고 생각하시겠지만, 폐하, 제가 한때 사랑했던 사람이 살던 그곳은 그런 도시였습니다.

 

- 이탈로 칼비노, '보이지 않는 도시들'을 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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