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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기억

우아하고 감상적인 산책로/시

by solutus 2011. 11. 5.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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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처음 만났던 한국인 아저씨, 백발이 성성했던 집주인 할아버지, 전자식 카드를 대면 띡 소리를 내며 열리던 그 무거운 도어, 일주일마다 빨래를 하러 곳, 건조기에 말린 옷들을 정리할 때 옷에서 전해지던 따뜻함, 음식을 사러 자주 갔던 마트, 버스 타는 법을 익히느라 하염없이 봤던 버스 안내서와 그 앞의 정류장들, 버스를 기다리며 자주 들었갔던 가게들, 지도를 보며 처음 인근 대학을 걸었던 순간, 그 대학 도서관의 특이한 의자들, 돌아오던 그 오르막길, 점심 때면 자주 찾아갔던 벨모어 로드, 그 옆의 상점들, 그리고 영화DVD를 자주 빌려봤던 시립 도서관, 통장 계좌를 만들기 위해 찾아갔던 은행들, 인터넷을 신청하기 위해 뒤적거렸던 잡지들, 중고로 샀던 컴퓨터, 오후가 되면 죽도 하나 들고 찾아가곤 했던 쿠지 퍼블릭 스쿨, 그 안의 아이들, 인터넷을 신청했던 컴퓨터 가게, 버스를 타면 거의 항상 내리던 곳이었던 하이드 파크, 멀리서 다가오던 하버 브리지와 오페라 하우스, 배의 바깥쪽에 앉기 위해 뛰어다니던 순간, 다시 배 안으로 들어가게 만들었던 맞바람의 차가움, 종종 걸었던 쿠지 비치, 센테니얼 파크, 달링 하버, 그곳을 날던 펠리컨과 기러기, 아파서 갔던 병원, 그때 봤던 의사, 울룰루와 카타주타, 그 옆의 편안했던 숙소, 타죽은 수많은 개미들, 원주민들, 하루종일 걸어 하버 브리지 위를 걸었던 날, 그날의 경치와 날씨와 배고픔과 지친 다리, 경마장, 시드니타워, 배럭스, 피오르드, 퀸즈랜드, 마을 축제,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내 옆의, 그 모든 걸 이루어낸, 나와 함께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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