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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사의 2

생각이라는 말벌/2010년대

by solutus 2012. 5. 27.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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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가 아는 한 여성은 결혼을 앞두고 있다. 그 여성은 소개팅을 통해 남자를 만났다. 그리고 그 상대에게 ‘사랑’이라고 부를 만한 것에 이끌리고 있지 않음을 알았다. 하지만 아마 결혼할 것이라고 했다. 그 여성이 말했다. “오래 사귄다고 해서, 다른 사람을 또 만난다고 해서 어떤 확신이 생기는 것도 아니잖아요.”

 

소프트웨어 공학(소프트웨어 구축과 관련된 방법론)에는 이런 말이 있다. “단단한 것(hard)이 부드러운 것(soft)을 몰아낸다.” 관리자들은 소프트웨어 개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선 근무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개발자들의 업무 공간을 넓혀주는 것이 실제로 얼마만큼의 소득을 올려주는지는 알기가 어렵다. 그래서 실제로 책상을 배치할 때는 가능한한 한 사무실에 많은 책상이, 많은 인원이 근무할 수 있도록 만들게 된다는 것이다(그로 인한 생산성, 비용절감은 측정하기가 무척 쉽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직장이나 외모의 수준은 측정하기가 쉽다. 반면 인간성으로 인한 이득은 측정하기가 어렵다. 무엇이 이길 것인가? 이런 유혹은 주변의 친구들에 의해 더욱 유도되며, 결국 결혼을 할 때 무엇을 선택하게 될 것인가는 비교적 쉽게 드러나게 된다.

 

2. 내가 열광자들보다는 회의주의자들을 더 신뢰한다는 사실은 그리 불경스럽지 않은 일이다. 열광자들은 자신이 경험한 대로 말하기 보다는 자신이 믿는 대로 말하며, 또한 자신이 믿는 바가 경험적으로 깨어지더라도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회의주의자들 역시 타인의 의견을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은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적어도 회의주의자들은ㅡ어디나 예외는 있지만, 대개는ㅡ자신이 믿는 바 때문에 타인을 맹렬히 비난하거나 죽이거나 전쟁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그들은 그저 더 자신 내부의 깊은 곳으로 숨어들어갈 뿐이다. 그것은 ‘자유ㅡ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로 시작하는 그 의미에 보다 부합하는 일임에 틀림없다. 

 

3. 웹에는 분명 유용한 공간들이 많다. 문제는 그 장소들이 잘 알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치 전문 작가(불현듯 배우면 배우고 배우가 아니면 배우가 아니지 연기파 배우라는 건 없다는 조재현 씨의 말이 생각났다. 전문 작가라는 단어도 마찬가지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가 글을 쓰듯 정성을 들여 글을 쓰는, 살면서 도움이 되고 마음에 안정을 주는 그런 글을 쓰는 곳들이 있지만 그들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일례로 한 유명 메타사이트가 공개한 순위만 봐도 그렇다. 내가 알고 있는 주옥 같은 블로그들은 그곳에 단 하나도 올라가지 못했다. 문제는 무엇보다도 관심분야가 지나치게 한쪽으로 편중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만의 이야기. 답이 정해진 지식은 많으나 까닭 모를 눈물을 해결할 곳은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인터넷의 발달에도 책을 곁에 둘 수밖에 없게 된다.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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