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사토리 세대가 문제인가?

생각이라는 말벌/2010년대

by solutus 2015. 7. 12. 16:32

본문

요즘 각종 언론에서 일본의 사토리 세대에 대해 언급하는데, 거의 대부분 걱정과 우려의 시선에 무게를 실은 채 보도하고 있다. 그들은 사토리 세대가 문제라고, 달관했다고 하지만 강요된 달관이라며 (조심스럽게) 평가절하한다. 그들에겐 사토리 세대가 분명 잠재된 위협처럼 보인다. 적당히 일하고, "돈은 최대한 쓰지 않으며"(대개 이 부분을 강조한다) 남은 시간은 그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보낸다는 게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러셀은 자신의 책 "게으름에 대한 찬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노동이 미덕이라는 믿음은 가장 큰 해악이다. 행복으로 가는 길은 노동의 체계적인 축소 위에 놓여있다." 노동의 축소는 사토리 세대가 말하는 '적당히 일하고'와 깊은 관련이 있다. 사토리 세대는 이미 오래 전에 철학자들이 이야기했던 '삶을 풍요롭게 사는 방법'을 실제로 실천하고 있는 이들이다. 그런데 이들이 말하는 행복추구가 언론이나 재벌과 같은 기존 기득권층에게 그리 달갑게 여겨지지 않는 이유는, 사토리 세대들이 열심히 일해서 만들어야 할 잉여 생산물이 결과적으로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똑같이 일하고도 누구는 풍족하게 살고 누군가는 간신히 끼니를 때우는 이유는 노동자들이 만들어 놓은 잉여 생산물을 일방적으로 가져가는 기득권층이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이 잉여 생산물을 만들지 않으면 기득권층의 수입도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것은 현재 기득권층과 향후 기득권층에게 굉장한 문제다. 흑인 노예들을 해방시키겠다는 소리를 처음 들은 미국 남부 지주들의 반응을 생각해 보자. "앞으로 노예들이 밭을 갈지 않는다면 이 넓은 농장은 어떻게 하란 말인가?"

 

사토리 세대를 다루는 언론들은 사토리 세대들이 경제에서 멀어지고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우려만 할 뿐 이들을 어떻게 다시 자연스럽게 시장으로 끌어 들일지에는 별 관심이 없다. 기존 체계는 유지하면서 지금까지 계속되었던 강요를 지속하고 싶은 것이다. 다시 한번 남부 지주의 외침을 들어보자. "말도 안돼! 노예들이 떠나가고 있다고. 이러다간 난 망하고 말거야. 이 노예놈들이 지금까지 먹여주고 재워준 은혜는 생각지도 않고!" 그러나 사토리 세대들은 말한다. 먹여주고 재워주지 않아도 되니 이제 자기들을 희망없는 노동 속에 구속시키려 하지 말아 달라고. 이제 노동은 미덕이라는 주입식 교육은 그만 두자. 사토리 세대는 왜 그렇게 살아야 하는지 그 이유를 묻고 있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