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그리고 그 아래엔

우아하고 감상적인 산책로/시

by solutus 2008. 2. 17. 02:12

본문

그건 처음 보는 아주 멋진 건물이었다. 휘황찬란하고 으리으리한 외관이 사람을 끌어들이는 데가 있었다. 난 꿈꾸듯이 그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그 안은 너무 싸늘했다. 기둥부터 바닥의 대리석까지 무엇 하나 조잡한 것이 없었지만 차갑고 공허하고 검은 숲처럼 고요했다. 세상에 이런 곳이 다 있나. 난 다시는 이곳에 오지 않을 것이라 다짐하며 그곳을 돌아다녔다. 건물 안을 대충 둘러본 후 밖으로 향하던 나는 현관 앞에 놓여 있던 방명록을 발견했다. 그걸 펴 대충 훑어보다가 페이지 중간 쯤에 다음과 같이 적힌 글을 보게 되었다. "멋진 곳이군요. 하지만 두 번 다시 올 일은 없을 겁니다. 안녕히."

그리고 그 아래엔 <크고 서툰 아이 글씨로> 내 이름이 적혀 있었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