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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이 사그라지는 밤엔

우아하고 감상적인 산책로/시

by solutus 2006. 3. 31.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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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엔 유난히 많은 별이 보였다
평소엔 보이지도 않던 이름 모를 별들까지 유난히 밝게 빛났다
그때 다행히 눈에서 마른 모래들이 차올라 내 눈을 짓눌렀고
눈물은 내 시야를 덮어 모든 걸 흐릿하게 만들었다

눈에서 파도 소리가 들렸다
파도는 천천히 모래를 밀어내고, 눈동자를 밀어내고...

흘러내리는 젖은 모래 알갱이가 하나씩 모여
작은 바위섬을 만들었다
별들은 가끔 푸르릉 소리를 내며 그 섬으로 찾아와
홀로있는 바위섬을 위로라도 하듯 갈매기 울음을 냈다
난 그 울음이 싫어 그들에게 긴 장대를 훠이훠이 휘둘렀지만
그들은 날갯짓을 하며 내 주위를 계속 맴돌 뿐이었다
마치 내가 과자라도 던져주길 기다리는 것처럼
내가 모래를 한 아름 집어 던져주자
갈매기 무리는 그를 물어 어디론가 사라졌다

별빛에서 날갯짓 소리가 들렸다
날갯짓은 천천히 바위섬을 밀어내고, 파도를 밀어내고...

난 다시 갈매기가 그리워졌다

그날 밤엔 유난히도 많은 별이 보였다
그 때 다행히 눈에서 마른 모래들이 차 올랐고
내 눈은 곧 어두워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난 파도 소리를 내지 않았으므로
모래는 쌓이고 쌓여 내 얼굴을 덮고 내 몸을 덮었다

난 그렇게 날아갔다
갈매기가 날 기다리고 있을 북녘의 스비스조드를 향해
나의 첫 울음이 배어있을 그곳을 향해

어느덧 시간이 흘러 영원의 하루가 지나갈 즈음
나 그곳에 서서 그와 함께 서로의 부리를 다듬고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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