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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 밖의 경제학

텍스트의 즐거움

by solutus 2015. 12. 16.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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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유명한 경제학 서적의 저자, 댄 애리얼리는 자신의 논증을 다양한 "간단한 사례 실험"을 기반으로 전개하고 있다. 이런 기법은 과학 분야에서 발달하였는데, 사물을 계속 분할해나가다 보면 결국 그 본질에 다다르게 되듯, 인간의 복잡한 행동 패턴도 단순한 사례 분석을 기초로 하여 풀어나갈 수 있다는 추론에 근거하고 있다. 즉 자동차를 연구할 때 엔진을 떼어내고 바퀴를 떼어내고 핸들을 떼어내어 하나하나 분석하듯, 인간의 행동을 단순한 선택 실험을 바탕으로 쌓아 올리면 인간이 어떤 행동을 하는 근원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방식의 기계적 분할이 무언가의 본질을 찾기는 커녕 왜곡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된지 오래다. 인간을 세포 단위, 유전자 단위로 규명했다고 하여 인간의 본질, 정체성을 찾았다고 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간을 생물학적으로 분할하여 그 원시적 구조를 밝혀냈다 한들, 그 세포들의 기계적 총화가 다시 원상태의 인간이 되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상식 밖의 경제학>에 나오는 많은 심리 실험은 그런 환원주의적 발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책의 저자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굉장히 다양한 실험을 한 뒤, 그 결과를 토대로 사람은 어떤 경우에 어떻게 행동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이런 방식은 인간의 행동을 너무 단순화시켜 인간 행위를 그저 '인과'의 기계적 법칙으로 만들어버리는 문제가 있다. 돌을 위로 던지면 중력에 의해 곧 바닥에 떨어지듯, 사람에게 어떤 원인을 가하면 그는 어떤 법칙에 의해 어떤 행동을 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위로 던진 돌이 돌풍의 영향으로 다른 곳으로 날아가버리거나 마침 그 위를 날던 새를 맞추어 다른 곳에 떨어지거나 하는 다양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이 대중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이유는 돌을 위로 던지면 아래로 떨어지는 그 '일반적인 상황'을 너무 잘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 책은 평범한 사람들의 일반적인 심리와 그걸 이용하는 사업가들의 전략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특별하다고 칭해지는 인물들, 즉 성인군자, 천재, 광인, 예술가, 자선사업가, 여러 소수자 들의 일반적이지 않은 선택을 이해하는 데에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대중을 상대로 사업을 하려거나 인간관계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이 책을 유심히 들여다 보아야 할 것이다. 아무래도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일반적일 것이 분명하므로. 다시 말해 이 책이 의미 있는 이유는 이 책이 인간 행동의 본질을 잘 설명하고 있어서가 아니다. <대중의 평범한 심리>와 그걸 이용하는 <자본가들의 전략>을 그럴 듯하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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