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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게티 콘 감베레티, 맛의 비결

나침반과 지도

by solutus 2020. 2. 3.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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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재료 선정은 언제나 쉽지 않은 일이다. 집에서 하는 요리라는 게 적합한 재료가 갖춰져 있는 경우보다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부엌에 있는 재료를 손에 집히는 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영미권에서는 그렇게 만든 음식에 '키친 싱크[kitchen sink]'라는 접두어를 붙인다. 차세대 줄리아 차일드로 불리기도 하는 미국의 요리사이자 요리 작가인 사민 노스랏은 그녀의 저작인 "Salt, Fat, Acid, Heat"에서 '키친 싱크' 파스타는 대개 맛이 형편없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물론 이런저런 재료를 몽땅 '때려넣어' 만든 음식에 '도전'을 하는 사람들도 있기는 하다. 


오일 파스타를 하기로 마음먹은 내게 부족한 재료는 두 종류의 조개였다. 조개를 사러 나가야 할까? 고민 끝에 냉동실에 있는 작은 새우를 쓰기로 했다. 다른 필요한 재료들은 거의 다 있어서 '키친 싱크'를 피할 수 있었다. 영상에는 빠졌는데, 파스타 끓인 물과 빵가루도 집어넣었다. 이 재료들도 맛에서 꽤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요리 이름은 사용한 재료를 따서 '스파게티 콘 감베레티 에 그라나 파다노'로 정했다.


아내가 비결을 물을 땐 우스개처럼 답했지만 어쨌거나 오직 나만을 위한 '그럴듯한' 요리를 시도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엘레나 코스튜코비치의 <왜 이탈리아 사람들은 음식 이야기를 좋아할까?>를 보면 "저녁에는 가족의 모든 구성원이 참석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들에게 가족은 하나의 예술 작품이며, 저녁 식사로 차려진 식탁은 그 예술이 자신을 표현하는 공간이었다"라는 묘사가 나온다. 이탈리아계 미국인 공동체를 묘사하는 이 표현엔 과장된 면모가 보이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다. 요리의 원천은 누군가를 위하고자 하는 마음에 있으니 맛의 비결도 결국 거기에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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