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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 창포원 열대식물원, 유리 온실의 꿈

나침반과 지도

by solutus 2020. 1. 28.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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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대 혹은 열대 식물을 좋아하게 된 건 순전히 아내 덕분이다. 난 오래전부터 더운 것보다는 추운 것이 낫다고 생각했었고 그래서 그만큼 난대 혹은 열대 식물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했다. 평소에도 땀이 많았던 나는 앉아만 있어도 땀이 흐르는 환경을 선호하지 않았다. 정신을 맑게 유지하는 데도 더운 것보다는 추운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더운 곳엔 곤충도 많으니 좋을 게 없어 보였다. 하지만 아내는 따뜻한 곳을, 차라리 열대를 선호했다. 처음엔 받아들이기 어려웠지만 난 습한 것과 더운 것의 차이를 점차 구분하게 되었다. 현대 문명이 제공하는 뛰어난 주택 단열과 냉방 성능도 적응에 도움을 주었다. 게다가 내겐 산과 바다를, 실내와 실외를 모두 좋아하는 양면성이 있었다. 더운 것보다는 차라리 추운 실내가 낫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난 뜨거운 태양 빛을 받으며 테니스공을 날리는 일에서 삶의 큰 활력을 얻은 바 있었다. 어쩌면 잠자고 있던 기질을 아내가 일깨웠는지도 모른다. 난 아내가 찾아가는 식물원을 따라다니다가 덥고 습한 지역에 분포하는 식물에 점차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거창 창포원 열대식물원의 아내와 아이. 2020. 1.23.


거창의 창포원이라는 곳도 아내 덕분에 알게 된 곳이다. 창포원은 울산에서 전주로 향하던 길에 들른 식물원으로, 한강의 두물머리처럼 두 개의 물줄기가 만나는 곳에 지은 대규모 식물원이었다. 두 개의 물줄기 중 하나는 황강으로, 이 강은 거창을 지나 합천댐을 막아 만든 합천호를 이룬 뒤 동편으로 흘러 낙동강과 합류하고 있었다. 이런 강줄기 한편에 위치한 창포원은 규모가 제법 컸지만 겨울철이라 온실로 꾸며진 열대식물원 외에는 구경할 만한 곳이 없었다. 열대식물원은 규모로만 보자면 그리 크다고 할 수 없는 곳이었지만 꽤 다양한 식물들이 건강하게 모여 있어 추위를 피해 따뜻한 곳에서 식물 구경하기엔 더없이 좋은 곳이었다. 바로 옆에 있는 키즈 카페가 운영 중이었다면 더 좋았을 테다.


창포원 열대식물원에는 우리가 집에서 기르고 있는 식물들이 꽤 많이 있어 반가웠다. 흑법사, 게발선인장, 호야, 옥엽으로 많이 알려진 세덤 스탈리, 대만고무나무, 페페, 귀면각, 며칠 전 유명을 달리한 산호수... 가장 눈길을 끈 건 유실수들이었는데 그중에서도 귤나무가 단연 인상적이었다. 난 집 앞 마당에서 커다란 한라봉을 몇 개 딴 뒤 집으로 들어가 가족에게 건네는 모습을 잠시나마 상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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