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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캐비어로 보는 재료 선정의 지역별 차이

나침반과 지도

by solutus 2020. 1. 17.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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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자주색 외피를 지닌 기다란 채소인 가지로 여러 가지 요리를 할 수 있다. 국내에선 전통적으로 가지무침을 많이 했고 그래서 나도 어려서 가지무침을 종종 맛보곤 했다. 지금은 서양과 중동의 가지 요리법이 많이 알려져서 가지를 기름에 튀기기도 하고 반으로 갈라 치즈를 뿌린 뒤 오븐에 굽기도 한다. 가지 요리 중엔 가지 캐비어도 있다. 가지의 과육을 긁어 뭉쳐놓으면 가지 안에 들어 있는 작은 씨앗들이 얼핏 캐비어처럼 보여 그런 이름이 붙었다. 


가지 껍질은 셰프에 따라 쓰기도 하고 버리기도 한다. 미쉐린 가이드[각주:1]의 3스타 레스토랑을 보유했고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던 프랑스의 유명 셰프 베르나르 루아조(Bernard Loiseau)는 가지 껍질까지 그대로 잘라 만든 가지 캐비어를 선보인 바 있다. 역시 미쉐린 3스타 보유자이자 대영 제국 훈장을 받았으며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영국의 스타 셰프 고든 램지는 가지의 내부 과육만으로 가지 캐비어를 만들었다. 가지 캐비어는 진짜 캐비어가 아니기에 '가난한 이들의 캐비어'라는 별칭도 붙어 있는데, 이런 유명 셰프들이 만든 가지 캐비어는 저렴하지 않을 테니 가지 캐비어를 두고 가난한 이들을 위한 것이라고 일방적으로 말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실상 가난한 음식이란 평가는 가격이 아니라 마음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가지 캐비어는 레시피에 따라 그 자체로 즐기기도 하고 빵 같은 것에 올려 함께 먹기도 한다. 일본의 요리사이자 작가인 다마무라 도요오는 레바논에서 난(Naan) 위에 가지 캐비어를 얹었고 고든 램지는 바게트 위에 가지 캐비어를 얹었다. 그 지역에서 구하기 쉬운 빵을 선택한 것이다. 또 가지 캐비어를 만들 때 다마무라 도요오는 요구르트를, 고든 램지는 사워 크림을 넣었는데 이런 차이에서 그 지역의 무시하기 어려운 특색을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이탈리아인들이 아무리 정통 카르보나라 레시피를 이야기해도 다른 나라의 사람들은 생크림과 베이컨의 유혹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나는 가지 외피를 제거하고 과육만으로 가지 캐비어를 만들었다. 허브는 타임과 로즈마리와 고수를 썼다. 타임과 로즈마리는 가지를 구울 때, 고수는 마무리 단계에서 넣었다. 가지를 반으로 갈라 마늘을 바르고 타임과 로즈마리를 넣은 후 200도로 예열한 오븐에서 35분간 구워 꺼냈다. 과육을 긁어낸 후 잘게 다지고 올리브 오일을 두른 팬에 살짝 익혔다. 마지막에 생크림과 레몬즙, 고수를 넣어 잘 섞은 뒤 소금과 후추로 간을 했다. 




  1. '미슐랭 가이드'라는 명칭이 더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한국지사에서 사명을 '미쉐린'으로 정하면서 가이드 또한 '미쉐린 가이드'로 정해졌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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