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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비눗방울 놀이, 바닷가의 범(berm)

나침반과 지도

by solutus 2020. 1. 5.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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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에 나타난 둔턱, 범(berm). 2020. 1. 5.


바다가 변화없이 단조로우며 우울증을 유발한다는 일반적인 상식은 난바다의 망망대해에 어울린다. 바닷가는 텃새와 철새가 수시로 오가고 파고가 뒤바뀌며 해안선마저 변하는 변화무쌍한 곳이다. 어떤 바닷가의 해빈은 자갈로 바뀌었다가 혼합 형태를 띠었다가 어느 순간 모래로 뒤덮인다. 


오늘 해변에 나가보니 그간 보지 못했던 범(berm)이 보였다. 범은 파도가 해변으로 밀려 올라가면서(이를 '스워시'라 부른다) 만들어 내는 둔턱을 뜻한다. 범은 파도가 더 크게 치는 겨울철에 더 높게 나타난다. 여름에는 이 정도 크기의 범을 보지 못했다. 이곳에 나타난 범은 자갈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는 이곳 해변이 암석 해안이기 때문이다. 경주, 울산의 동쪽 해안에는 검은색 현무암질 바위가 펼쳐져 있고 곳곳에 주상절리가 있다.


사진에 보이는 범의 경사도가 꽤 급한 걸 관찰할 수 있다. 이 해변은 자갈로 이루어져 있어 파도가 자갈을 밀어올리는 힘에 비해 잡아당기는 힘이 약하다. 스워시를 일으키며 올라온 바닷물이 내려갈 즈음엔 자갈 틈으로 빠져나가 버리기에 잡아당기는 작용인 백워시가 미약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이처럼 자갈 사이를 빠져나가는 바닷물이 몽돌해변만의 특유한 음색과 지형을 만들어 낸다.


이 자갈 둔턱 뒤쪽으로는 모래로 된 작은 사구도 나타났다. 강한 바람에 밀린 모래가 부지불식간에 그렇게 쌓여 있었다. 파도는 비치페이스라 부르는 범의 급경사면을 규칙적으로 오르내렸고 난 범에 올라 그 모습을 내려다 보았다. 범은 마치 작은 자연제방처럼 보였다. 하지만 파도가 크게 치면 이곳에도 물이 들이치고 만다. 범을 따라 뛰어다니던 아이들은 때때로 물세례를 받아야 했고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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