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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와 진검의 길이가 다른 이유에 대하여

나침반과 지도

by solutus 2019. 12. 3.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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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도 수련을 어느 정도 한 사람은 진검을 형상화한 죽도가 실제 칼과는 모양이 상당히 다르다는 걸 알게 된다. 형태, 길이, 무게, 재질 등이 달라서 같은 것이라 보기 어려울 정도인데, 이런 차이들 중 수련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게 바로 길이의 차이다. 검도가 실제 검의 운용을 빌린 것이라면 진검과 무게와 형태는 다를지라도 길이는 같아야 할 것 같은데 길이마저 다르니 의아스럽게 느껴지는 것이다. 아마도 이 차이는 '연격'을 연습할 때 가장 크게 다가올 것이다. 연격은 상호간에 3보 앞으로 나와 칼이 맞닿은 상태에서 시작해야 하는데, 이때 상호간의 거리가 맞지 않아 연격자가 한 보 뒤로 물러난 뒤 시작해야 할 때가 많다. 이렇게 상호간에 거리가 맞지 않는 이유를 보통 진검과 죽도의 길이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럼 왜 이렇게 죽도와 진검의 길이가 달라지게 되었을까? 현재 성인 남성이 사용하는 일반적인 죽도의 길이는 3척 9촌으로 약 118cm 정도이다. 진검의 길이는 이보다 보통 10cm 이상 작다. 이 차이에 대한 통상적인 설명은 검도를 현대화한 일본의 에도 말기로 돌아간다. 죽도 길이에 제한이 없었던 그 당시에 야나가와 번의 오오이시 스스무가 창처럼 기다란 칼로 여러 도장을 잇따라 격파하였고, 이에 당시 서양의 전쟁기술과 일본 전통무술을 가르치던 군사학교 코부쇼에서 죽도의 최대 길이를 3척 8촌, 즉 약 115cm 정도로 제한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럼 왜 하필 3척 8촌이었을까? 약 115cm의 길이도 당시의 통상적인 진검, 다시 말해 일본도보다 적지 않게 긴 것이었다. 왜 진검과 비슷한 길이로 죽도 규격을 정하지 않았을까? 이에 대한 의견은 현대 검도를 정립한 일본 내에서조차 분분하다. 어떤 이들은 죽도 길이가 최소 그 정도는 되어야 대나무의 탄성이 유지되어 부상을 입지 않을 수 있었다고 추정한다. 또 어떤 이들은 진검으로는 일본어로 멘[面], 즉 얼굴을 공격하는 것이 가능했으나 죽도로는 부상 위험 때문에 얼굴 공격이 불가능하여 대신 머리(정수리)를 때려야 했으니, 머리를 때리기 위해선 죽도가 그만큼 길어져야 했다고 말한다. 또 이를 두고 현대 검도가 '머리'를 치면서도 '얼굴'이라고 기합을 넣는 이유라 말하기도 한다. 그럴 듯한 이야기이지만 이 역시 추정일 뿐 실제로 그런 이유로 죽도를 진검보다 길게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다.


내가 알고 있는 한 이에 대해 가장 확실하게 서술한 이는 일본 메이지 시대의 무도가, 나카야마 히로미다. 일본 측 검도 자료에 따르면, 그는 현대 검도의 성립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인물로 1912년에 검도형 제정위원회에 발탁되어 검도형을 정립했는데, 그의 저서 <검도입문기초>에 죽도 길이가 3척 8촌으로 된 유래가 설명되어 있다. 그에 따르면 검도는 손에 보호대인 호완을 착용해야 하는데 호완이 두껍기 때문에 주먹이 그만큼 커지게 되었고 이는 곧 죽도의 손잡이 길이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주먹의 크기가 커졌는데 손잡이의 길이는 그대로라면 죽도를 쥔 오른손과 왼손의 간격이 줄어들어 죽도 운용이 어렵게 되고 만다. 그래서 죽도 손잡이가 길어졌다. 그런데 죽도의 손잡이가 길어지니 전체적인 죽도의 균형이 흐트러지게 되었고 결국 몸통, 즉 칼날부의 길이 또한 늘이게 되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3척 8촌의 죽도가 완성되었다. 그는 일본검도연맹 최초의 10단 수여까지 논의된 인물이니만큼 이에 관하여 다른 여지는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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