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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동물성 생크림으로 하는 아이싱

나침반과 지도

by solutus 2019. 12. 2.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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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00% 동물성 생크림으로 아이싱을 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표면에서 윤기가 흐르도록 농도 조절하는 것이 특히 어려운데, 윤기가 흐르도록 휘핑을 계속 하다보면 필요 이상으로 굳어져서 두부 표면처럼 되기 일쑤이다. 그렇다고 휘핑을 적게 하면 생크림이 너무 물러서 케이크를 지탱하지 못한다. 휘핑 농도를 적당히 해내는 데 성공했다 하더라도 성형, 즉 아이싱에 시간을 오래 끌면 표면이 보기 좋지 않게 변하고 생크림이 분리되어 물이 나오기 시작한다. 이는 동물성 생크림의 특성 때문이다. 동물성 생크림은 식물성 크림에 비해 풍미가 월등히 좋지만 작업성은 식물성 크림에 비해 상당히 떨어진다.


이런 문제 때문에 상업적으로 대량 판매하는 케이크의 경우 케이크를 만들 때 동물성 생크림과 식물성 크림 두 가지를 함께 사용하는 경우가 흔하다. 케이크 내부에 넣을 생크림은 '샌딩' 용도라 하여 100% 동물성 생크림으로 단단하게 휘핑하여 사용하고, 외부에 바를 크림은 '아이싱' 용도라 하여 식물성 크림으로 윤이 나게 휘핑하여 바른다. 식물성 크림은 맛이 덜하고 인공 첨가물이 들어가는 대신 윤기가 잘 나고 시간이 지나도 쉽게 변형되지 않기에 외부에 바르는 용도로 따로 만드는 것이다. 동물성 생크림과 식물성 크림을 혼합하여 만들기도 하는데, 이렇게 만든 케이크도 동물성 생크림으로 만든 케이크라고 설명하는 경우가 있다.


애초에 식물성 크림을 '생크림'이라고 불러선 안 된다는 걸 모르는 경우도 적지 않아서 생크림을 썼다고 하는데 알고 보면 식물성 크림을 쓴 경우가 많다. 생크림으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장식성이 매우 뛰어나다면 식물성 크림을 두고 생크림이라 호칭했거나, 아니면 동물성 생크림과 식물성 크림을 혼합한 뒤 이를 통칭하여 생크림이라 부르는 것이라 봐도 무방하다.



2.

전문적인 파티시에의 경우 케이크의 내외부에 모두 동물생 생크림을 사용하되 휘핑 농도를 다르게 구분하여 작업하기도 한다. 이때 샌딩용 내층은 단단하게 휘핑하여 쓰고 아이싱용 외층은 생크림을 중속으로 천천히 올리면서 윤기가 흐르는 농도가 될 때까지 휘핑한다. 이때 아이싱은 변형이 일어나지 않도록 빠르게 작업한다. 이때에도 생크림을 얼음으로 계속 냉각시켜 준다거나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가 작업을 하는 등의 수고로움이 필요하다. 그래도 식물성 크림보다는 표면 윤기가 덜한 편이다.



3.

냉장고에 넣어둔 딸기 같은 과일은 상온에 꺼내 두면 습기가 발생하여 위에 슈가파우더 등을 뿌릴 경우 빠르게 녹아버린다. 따라서 보기 좋게 만들자면 냉장고의 과일은 미리 상온에 두고 발생하는 물기는 장식 전에 닦아내야 한다. 케이크를 잘라낸 단면이 예쁘게 보이고자 한다면 자르는 도중 무너지지 않도록 완성된 케이크를 냉장실에 일정 시간 넣어 두어야 한다. 동물성 생크림은 상온에서 쉽게 분리되어 물이 생성되므로 아이싱을 빠르게 끝낼 자신이 없거나 실내 온도가 높다면 생크림이 담긴 볼을 얼음으로 감싸 냉각시켜 주어야 한다. 이외에도 장식용 과일이 싱싱해 보이도록 나파주(nappage)나 젤라틴액 같은 광택제를 발라줄 필요도 있다.


다시 말해 집에서 직접 동물성 생크림만으로 만든 케이크가 생각보다 멋지게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크게 실망할 필요는 없다. 보기에 좋은 케이크를 만들고자 한다면 실제 맛과는 관련 없는 여러 가지 작업을 더해야 하는데, 보통 그런 과정은 제조자가 보여 주거나 알려주지도 않을 뿐더러ㅡ'똑같이' 했는데 안 되는 것이 아니다ㅡ시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그런 과정 없이도 집에서 그 정도 해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누군가에게 보여주려는 용도의 케이크를 만들고자 한다면 아무래도 수고로움이 필요하고, 그런 수고로움은 '홈베이킹'보다는 전문가의 영역에 어울릴 것이다. 물론 홈베이킹을 전문가 수준으로 하고 싶은 욕구를 잠재우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100% 동물성 생크림으로 만든 수제 딸기 케이크. 2019.12. 1.


* 케이크 만드는 영상: [일상적인 삶/요리, 조리도구] - 수제 딸기 케이크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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