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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탄생과 밤하늘

우아하고 감상적인 산책로/익숙한 길

by solutus 2016. 10. 12.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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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새벽은 서울에서 보기 드문 맑은 날이었으며 구름 하나 없었다. 그날 난 오랜만에 서울의 밤하늘을 새벽 늦게까지 바라보았다. 그 우연한 기회를 그날 밤에 태어난 아이의 운명과 연관짓지 않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오랜만에 날이 맑았고 내가 늦도록 별을 보았으며 아이의 태명은 별아였는데 그날 밤 아이가 태어났다. 아내는 뭔가 신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가 태어날 당시 하늘의 가장 높은 곳에 떠 있던 별자리는 백조자리였고, 그래서 가장 높은 곳에서 밝게 빛나던 별은 은하수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던 데네브였다. 그 옆에선 페가수스자리가 호각세를 이루고 있었지만 그곳에 1등급 이상의 밝은 별은 없었다. 아이의 태어남을 별의 떠오름에 비유하면 당시 동쪽에서 떠오르고 있던 별들도 주시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 동쪽 높은 곳에서는 아내가 학창시절부터 좋아했던 플레이아데스성단이 떠오르고 있었고, 비슷한 적위의 동남쪽에서는 남쪽물고기자리의 도도한 알파별, 포말하우트가 서서히 정상을 향해 가는 중이었다. 플레이아데스성단은 이제 태어난 지 겨우 수천만 년밖에 되지 않는 아주 어린 성단으로, 결국 아이가 태어날 당시 동쪽 하늘에선 갓 태어난 성단이 떠오르고 있었던 셈이었다. 난 포말하우트에도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 발음하기에 좋았고, 정상을 향해 가는 중이었으며, 또한 물고기와 관련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하늘엔 1등급 이상의 별이 총 10개가 떠 있었는데, 행성인 화성을 포함한다면 11개의 밝은 별이 떠 있던 셈이었다. 그때 하늘에 떠 있던 가장 밝은 별은 12,000년 후에 북극성이 될 예정이며 동양권에는 직녀성이라 알려져 있는 베가였다.


어쩌면 이런 정황으로 어떤 것을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름과 연관지을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을 했고, 그래서 꽤 고심하기도 했다. 사실 이것엔 아무런 과학적 근거도 없었다. 하지만 화창한 날의 기운이 그렇지 못한 날보다 더 좋은 에너지를 주는 듯한 기분이 드는 걸 어리석다 꾸짖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결과적으로 탄생 당시의 천체 현상이 아이의 이름에 직접적으로 반영되지는 않았지만, 인간이 오랫동안 품어왔던 밤하늘에 대한 동경과 현대인이 잠시 잊고 있는 그들과의 친밀감이 오랫동안 그 주위를 밝히게 될 것임에 분명했다.


숨겨진 우물에서 사막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건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 전에, 광활하게 떨어져 있는 희미한 별들 사이에서, 황량한 밤의 아름다움이 아이에게 준 선물을 찾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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