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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가질 자격

생각이라는 말벌/2010년대

by solutus 2010. 3. 21.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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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 들렀다. 손님을 부르는 점원의 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그 손님은 점원의 눈을 보지 않는다. 물건에 관심이 있어도 점원이 아니라 물건을 본다. 나도 점원의 눈을 보지 않는다. 시선은 폭력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끔 일부러 그들을 볼 때도 있다. 입고 있는 신발, 입고 있는 치마, 입고 있는 상의, 혹은 표정. 난 그들의, 마트와는 어울리지 않는 폼플렛 신발과 무릎 위로 한참을 올라가는 짧은 치마를 보며 누가 왜 저런 옷을 입혔을지를 생각한다. 왜 그들은 의자에 앉아 있으면 안 되는 것인지를 생각한다. 그러다 우연히 눈이 마주치면 서둘러 고개를 돌린다. 사람들은 시선에 익숙하지 않고, 익숙하지 않은 걸 좋아하지 않으며, 좋아하지 않는 건 강요당하는 순간 폭력이 되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말한다. 마트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무관심에 힘들어 한다고. 그러나 실상 많은 비극은 관심에서 비롯된다. 바로 자기중심적인 관심에서. 상대에게 제대로 된 관심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그리 많지 않다. 혀를 차고 고개를 젓고 이맛살을 잡고 수군거리며 잘 모르는 사실에 대해 사실인양 말하는 것, 이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관심이라는 선의 속에 행하고 있는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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