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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느티나무 도마 제작

나침반과 지도

by solutus 2018. 8. 9.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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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를 좋아하시는 장모님께 드릴 대형 도마를 하나 만들기로 했다. 요리를 정말 좋아하신다는 얘기를 귀가 아닌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나자 좋은 도마를 선물로 드리고 싶어졌다. 집에서 직접 거북탕을 요리하실 정도이니 다른 설명은 필요가 없었다. 때마침 쓰고 계시는 나무 도마가 오래되고 옹이도 많아서 새 도마가 필요해 보였다. 도마를 만들기로 결정했으니 이제 어느 정도의 크기로 만들지가 문제였는데, 평소 크기가 큰 재료를 자를 땐 싱크대 상판에 직접 대고 자르시곤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대형으로 가기로 마음먹었다. 장인어른께서 낚시를 좋아하셔서 잡아온 생선으로 요리를 하기도 한다 하였으니 도마의 길이가 길면 좋을 터였다. 물고기가 넙치류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겠지만, 어쨌거나 시중에서 대형 도마를 구하기는 매우 어려우니ㅡ있더라도 가격이 수십 만원이다ㅡ구하기 어려운 걸 만드는 게 좋을 듯했다.


좋은 도마를 만들려면 좋은 나무가 있어야 한다. 도마로 쓸 좋은 나무를 고르는 일이 제일 중요하고 또 제일 어려운 것 같다. 도마로 쓸 나무는 우선 옹이나 갈라짐이 없어야 하고 음식을 자르기 쉽게 폭이 넓어야 한다. 폭이 넓게 나오려면 나무의 수령이 많아야 하니 쓰기에 마땅한 나무가 적을 수밖에 없다. 거기에 더해 양면에 모두 옹이가 없어야 하므로 선택지는 더 줄어들게 된다. 대형 도마로 쓸 나무는 길이도 길어야 되서 원하는 목재를 찾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또 너무 단단한 나무는 도마로 적당하지 않아 제외해야 하고, 너무 무거워서 여성이 다루기에 힘든 나무도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 제재된 두께가 얇아서 쉽게 휠 위험이 있는 목재까지 목록에서 빼고 나면 원하는 나무를 얻기란 기약 없는 기다림과 같아진다. 오랜 기다림 끝에 원하는 나무를 찾았다 하더라도 마지막 관문을 통과해야 도마재로 쓸 나무를 손에 넣을 수 있다. 그건 바로 다른 사람보다 먼저 그 나무를 '찜'할 수 있는 재빠른 손놀림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구입한 나무는 길이 1230mm, 폭 270mm, 두께 25mm의 느티나무였다. 폭이 300mm 이상 되는 것을 계속 기다렸으나 아무리 기다려도 매물이 보이지 않았다. 길이가 길면서 폭도 넓은 것은 제재소를 가야 구할 수 있을 듯했다. 하는 수 없이 차선을 택했다. 내가 찾던 완벽한 나무는 아니었지만 꽤 쓸만해 보였다. 한쪽 면에 아주 작은 옹이가 몇 개 있었지만 큰 흠은 아니었다. 다만 폭이 넓지 않은 게 많이 아쉬웠다. 구입한 나무는 가장 넓은 쪽의 폭이 370mm나 되었고 평균 폭도 270mm 정도여서 도마로 쓰기에 적당했지만 껍질 부분과 옹이, 갈라진 부분을 떼어내고 나니 평균 폭이 250mm 정도로 줄어들어 버렸다. 폭이 넓은 쪽을 살려서 직사각형이 아닌 다각형 형태로 만들어 볼까 했으나 모양이 주방에서 쓸 도마로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특히 장모님이 사용하시기엔 직사각 형태의 예스런 모습이 나을 것 같았다. 길이도 긴데 모양이 울퉁불퉁하면 세워놓기도 쉽지 않다. 


우선 나무를 최대한 길고 넓게 직사각 형태로 잘라냈다. 그러자 길이 860mm, 폭 220mm의 판재가 나왔다. 한쪽에 손잡이용 구멍을 뚫은 뒤 샌딩을 했다. 샌딩은 80방, 120방, 220방, 400방, 600방 순서로 했고 물도마로 쓸 걸 생각하여 칠은 하지 않았다(색이 밋밋한 거 같아서 아직까지도 칠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도마를 물로 깨끗이 씻고 키친타올로 닦아냈다. 사포로 인한 나무먼지가 많이 가라앉아 있어서 한참을 닦아내야 했다. 마지막으로 나뭇결이 올라온 부분들을 살짝 정리하였다. 


구입한 느티나무 판재. 도마의 모양을 잡아보고 있다. 서울, 2018. 8. 9.


원형톱을 이용해 직사각 형태로 잘라낸 모습. 서울, 2018. 8. 9.


한쪽에 손잡이용 구멍을 뚫고 사포로 다듬은 뒤의 모습. 서울, 2018. 8. 9.


완성한 느티나무 도마. 서울, 2018. 8. 9.


숟가락과의 크기 비교. 길이 860mm, 폭 220mm, 두께 25mm. 서울, 2018. 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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