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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나무 도마에 오일 바르기

나침반과 지도

by solutus 2018. 8. 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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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의 빵도마 표면에는 오일 칠이 되어 있다. 오일을 바르면 나무의 질감과 색감이 살아나 상품성이 올라간다. 그런데 도마에 발려 있는 이런 칠들은 물과 세제, 수세미에 쉽게 씻겨 나간다. 도마는 식재료가 직접 닿을 뿐만 아니라 칼로 인해 수시로 상처가 나는 도구이기에 물에 강한 화학 도료를 바를 수 없는 것이다. 빵이나 음식을 단순히 올려두는 데 사용하는 일명 '빵도마'에는 최소한 친환경 오일을, 칼로 식재료를 다듬는 데 사용하는 일명 '물도마(혹은 칼도마)'에는 식용 오일을 발라야 하는데, 이들 모두 사용하다 보면 쉽게 씻겨 나간다. 그래서 자주 사용하다 보면 원래의 빛깔을 잃어버리고 심하면 나뭇결이 일어나기까지 한다.


나는 제주도 세화포구에서 열리는 플리마켓 '벨롱장'에서 사온 회화나무 도마를 하나 가지고 있다. 이 도마도 물로 몇 번 씻어내자 초기의 색을 잃어버렸다. 겉에서 보이는 색이 중요한 건 아니라서 그냥 사용했는데 시간이 더 지나자 나뭇결이 일어나더니 나중에는 옆면 일부가 떨어져 나갔다. 그래서 전에 회화나무 빵도마를 고운 사포로 다듬어 두었었다. 이번엔 그 빵도마에 오일칠을 했다.


도마에 바를 수 있는 오일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아쉽게도 대부분의 오일이 위해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건강이 염려된다면 도마에 아무것도 바르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부엌칼로 인한 상처가 필연적이며 수시로 물과 접촉할 수밖에 없는 물도마가 그렇다. 하지만 그저 음식을 올려두는 용도로 사용하는 빵도마라면 식용 오일이나 도마 전용 오일을 얇게 바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식용 오일이라고 해도 아무거나 바르면 안 된다. 비건성 오일, 예를 들어 올리브 오일이나 동백 기름은 쉽게 마르지 않기에 도마에 바르면 도마 내부로 스며들어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 산패하여 불쾌한 냄새를 피울 수 있다. 당장은 마감이 잘된 것처럼 보여도 실은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렇게 굳지 않은 채 산패한 기름을 손이나 음식을 통해 장기간 흡수하게 되면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식용 오일 중에선 들기름이 가장 좋다고 할 수 있다. 들기름은 건성 오일로 건조가 빠른 편이다. 하지만 들기름은 유통기한이 짧은 편이라 가정에서 오래 두고 쓰기가 쉽지 않다. 손쉽게 사용하기에는 포도씨유가 적당하다. 그런데 포도씨유는 들기름보다 건조에 오랜 시간이 걸리므로 도마에 더 얇게 펴발라야 한다. 두껍게 바르면 굳기 전에 산패할 우려가 있다. 


* 이어지는 글: 화학적 변화로 알아 보는 건성유를 이용한 도마 마감과 오일의 산패


회화나무 빵도마. 너비가 약 320mm로 도마용으로 흔치 않은 폭이다. 앞뒷면 모두 옹이가 없다. 도마로 만들어지기 전엔 수령 40~50년 정도의 아름드리 나무였을 것이다. 2018. 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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